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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사키스 카리키 화이트 와인을 즐기고 있는 노스티모의 박은선 사장과 토드 셰프 그리고 박찬일 셰프.
그리스 음식은 신선한 재료와 소박한 조리법으로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프랑스나 이탈리아 음식만큼 유명하지는 않다. 하지만 다행히 서울의 몇몇 그리스 식당에서 그 순수하고 건강한 풍미를 만나볼 수 있다.
내방역 8번 출구로 나오면 멀리 서리풀터널이 보인다. 마침 바람이 부는 날씨였고, 멀리서 나부끼는 깃발이 시야에 들어왔다. 깃발은 선언, 존재 등 여러 의미를 지닌다.
“한국에도 그리스 식당이 있다는 뜻이지요.”토드 샘플 씨와 박은선 씨가 반갑게 맞으며 대답했다. 이 두 사람이 운영하는 ‘노스티모’는 서울에 아주 드문 그리스 식당이다. 보통 필자는 외국계 식당을 두 종류로 나눈다. 예를 들어 그리스 식당이라면 ‘그리스’ 또는 ‘그리스식’이라고 분류할 수 있다. 전자는 원형에 대한 고집, 후자는 절충과 유연함이다. 이 식당은 전자다.
소박하면서도 진한 그리스의 맛을 전하는 ‘노스티모’
“외가가 그리스계예요. 어려서부터 그리스 음식을 먹으며 자랐죠. 언젠가 그 음식을 해보고 싶었어요. 비즈니스보다 더 우선적인, 내 핏줄에 대한 탐구 같은 것이었죠.” 음식은 혈통을 증명하기도 한다. 우리는 며칠만 한국을 떠나 있어도 한식이 그립지 않은가. 토드 샘플 씨는 미국 동부 필라델피아 출신이다. 그가 그리스로 떠난 까닭은?
“전공이 미술사학이었어요. 미술사는 그리스와 로마 그리고 유럽이 중요하죠. 무엇보다 외가의 고향에 가보고 싶었어요. 그건 어떤 끌림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는 그리스에서 행복했다. 음식이 너무도 좋았다. 소박하고 순수한, 흔히 말하는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다’고 할 때 그리스 음식만 한 게 또 있을까.
그리스식은 지형적으로 유럽 동쪽 발칸반도의 음식이면서 또 그리스적이다. 한식이 동아시아 음식이면서 한식으로서도 고유한 양식과 정서를 갖는 것과 비슷하다. 즉 인접 국가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내용과 형식이 있다. 그리스 음식은 단순미가 일품이다. 재료를 잘 살려 요리한다. 오이·토마토·호박 같은 지중해 채소, 이 지역 특유의 향신료인 오레가노·레몬·올리브, 그리스의 거친 토양과 건조한 기후에서도 건강한 양에게서 나오는 여러 가지 고기와 치즈, 투박한 빵까지.
“전공이 미술사학이었어요. 미술사는 그리스와 로마 그리고 유럽이 중요하죠. 무엇보다 외가의 고향에 가보고 싶었어요. 그건 어떤 끌림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는 그리스에서 행복했다. 음식이 너무도 좋았다. 소박하고 순수한, 흔히 말하는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다’고 할 때 그리스 음식만 한 게 또 있을까.
그리스식은 지형적으로 유럽 동쪽 발칸반도의 음식이면서 또 그리스적이다. 한식이 동아시아 음식이면서 한식으로서도 고유한 양식과 정서를 갖는 것과 비슷하다. 즉 인접 국가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내용과 형식이 있다. 그리스 음식은 단순미가 일품이다. 재료를 잘 살려 요리한다. 오이·토마토·호박 같은 지중해 채소, 이 지역 특유의 향신료인 오레가노·레몬·올리브, 그리스의 거친 토양과 건조한 기후에서도 건강한 양에게서 나오는 여러 가지 고기와 치즈, 투박한 빵까지.
정성스럽게 플레이팅을 하고 있는 셰프 토드 샘플.
짭짤한 페타 치즈의 매력에 빠져들다
흔히 그리스 음식 하면 페타 치즈를 떠올린다. 고슬고슬하게 부서지는 질감, 톡 쏘는 맛과 풍미가 이 치즈의 특징이다. 양젖으로 만들고, 소금 친 유장에 담가서 숙성시킨다. 이 집에서는 특별한 페타 치즈를 먹을 수 있다. 바로 공동대표인 박은선 씨의 작품이다. 그는 미식가이며, 미식 칼럼니스트다. 토드와는 음식 문화를 공부하는 모임에서 알게 되어 책을 같이 펴내고, 끝내는 식당도 함께 열었다. 뜻밖에도 두 사람은 부부가 아니고 그저 동업자다.
“오레가노를 뿌린이 페타 치즈를 좀 드셔보세요. 한국에선 양젖을 구할 수 없어 우유로 만들어요. 치즈는 사실 한국에서 효율이 좋은 음식은 아닙니다. 우유도 비싸고, 만들려면 공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죠.” 오레가노와 올리브유를 듬뿍 뿌렸다. 이게 그리스식 페타 치즈를 먹는 법이다. 짭짤하고 입을 가득 채우는, 서늘하고도 농밀한 지중해 치즈의 맛이 퍼져나간다.
“오레가노를 뿌린이 페타 치즈를 좀 드셔보세요. 한국에선 양젖을 구할 수 없어 우유로 만들어요. 치즈는 사실 한국에서 효율이 좋은 음식은 아닙니다. 우유도 비싸고, 만들려면 공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죠.” 오레가노와 올리브유를 듬뿍 뿌렸다. 이게 그리스식 페타 치즈를 먹는 법이다. 짭짤하고 입을 가득 채우는, 서늘하고도 농밀한 지중해 치즈의 맛이 퍼져나간다.
‘노스티모’에서 직접 만든 피타 빵.
정통 그리스 요리를 꿈꾸는 셰프
토드의 주방은 깨끗하고 단정하다. 저녁에 쓸 빵을 잔뜩 구워놓았다. 밀의 원형적인 향을 가진 그리스 빵이다. 그리스 빵의 대표 격인, 따뜻하고 납작한 ‘피타’를 손으로 뜯어 먹었다. 구수하고 소박하다. 이런 건 ‘할머니의 빵’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 빵을 먹을 수 있는 메뉴도 있다. 그리스의 유명한 요구르트 베이스 소스인 ‘차지키(Tzatziki)’에 피타를 찍어 먹는다. 잠시나마 이곳이 서울이 아닌, 그리스의 기운으로 넘실거린다.
토드는 한국에 온 지 30년이 됐다. 한국의 코트라(KOTRA)·한전 등의 회사에서 일했고, 옷 짓기와 스타일을 좋아해서 손으로 만드는 양복점을 내기도 했다. 10여 년 전 그가 아주 멋진 슈트 차림으로 양복점을 운영하는 기사가 인터넷에서 검색된다. 지금은 흰 셰프 가운을 입고 있지만. “지금은 이 옷이 아주 좋아요. 셰프는 행복한 직업이에요.” 장사도 잘되는 편이다. 건물 2층, 원래 식당이 거의 없던 동네, 그것도 그리스 식당(이태리언 식당이었다면 장사가 훨씬 더 잘 되었을 것이다)이라니. “좋아하는 걸 하니까요. 토드와 호흡도 잘 맞고요. 단골손님이 많고, 우리와 친해져서 자주 들르지요.”
서울에는 그리스 식당이 아주 드물다. 한때 오래 운영하던 이태원의 아무개 식당도 얼마 전 문을 닫았다. 유럽 식당은 이탈리아나 프랑스, 아니면 적당히 절충한 방식이 서울에 넘친다. 그리스식은 잘 생기지도 않고, 운영도 힘들다. 그래서 이렇게 선전하고 있는 가게가 있으면 다행스럽다. 다양성은 서울의 힘이니까.
토드는 한국에 온 지 30년이 됐다. 한국의 코트라(KOTRA)·한전 등의 회사에서 일했고, 옷 짓기와 스타일을 좋아해서 손으로 만드는 양복점을 내기도 했다. 10여 년 전 그가 아주 멋진 슈트 차림으로 양복점을 운영하는 기사가 인터넷에서 검색된다. 지금은 흰 셰프 가운을 입고 있지만. “지금은 이 옷이 아주 좋아요. 셰프는 행복한 직업이에요.” 장사도 잘되는 편이다. 건물 2층, 원래 식당이 거의 없던 동네, 그것도 그리스 식당(이태리언 식당이었다면 장사가 훨씬 더 잘 되었을 것이다)이라니. “좋아하는 걸 하니까요. 토드와 호흡도 잘 맞고요. 단골손님이 많고, 우리와 친해져서 자주 들르지요.”
서울에는 그리스 식당이 아주 드물다. 한때 오래 운영하던 이태원의 아무개 식당도 얼마 전 문을 닫았다. 유럽 식당은 이탈리아나 프랑스, 아니면 적당히 절충한 방식이 서울에 넘친다. 그리스식은 잘 생기지도 않고, 운영도 힘들다. 그래서 이렇게 선전하고 있는 가게가 있으면 다행스럽다. 다양성은 서울의 힘이니까.
그리스의 자유로움을 담아내는 공간
상쾌한 그리스 와인을 한 잔 마시면서 토드, 박은선 씨와 오래 얘기했다. 서울과 서울 사람 그리고 이 동네의 따뜻한 사람들이 화제였다.
아, <그리스인 조르바>도 등장했다. 세계문학에서 우뚝 솟아 있는, 전설적인 작품. 한국인의 베스트셀러.
영화로는 앤서니 퀸이 조르바 역을 맡아 열연했던, 영원한 인류의 자산. “조르바는 그리스적인 자유인이에요. 욕망도, 잡념도 없이 인생의 의미를 되새기는 사람.” 지중해 사람, 아니 그리스 사람의 어떤 모델로 세계인이 삼아버린 조르바. 토드와 박은선 그리고 ‘노스티모’의 생각도 조르바를 닮아가는 것 같다.
“가게에 사람들이 와서 인사하고, 웃고, 음식을 나누는 게 우리의 행복이에요. 돈은 어차피 벌지 못할 거라는 생각도 들죠. 우리는 지금 좋아요.”
아, <그리스인 조르바>도 등장했다. 세계문학에서 우뚝 솟아 있는, 전설적인 작품. 한국인의 베스트셀러.
영화로는 앤서니 퀸이 조르바 역을 맡아 열연했던, 영원한 인류의 자산. “조르바는 그리스적인 자유인이에요. 욕망도, 잡념도 없이 인생의 의미를 되새기는 사람.” 지중해 사람, 아니 그리스 사람의 어떤 모델로 세계인이 삼아버린 조르바. 토드와 박은선 그리고 ‘노스티모’의 생각도 조르바를 닮아가는 것 같다.
“가게에 사람들이 와서 인사하고, 웃고, 음식을 나누는 게 우리의 행복이에요. 돈은 어차피 벌지 못할 거라는 생각도 들죠. 우리는 지금 좋아요.”
그리스 전통 요리
지중해의 풍부한 재료와 깊은 맛이 담긴 그리스 요리는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대표적 그리스 전통 요리 몇 가지를 소개한다.
무사카(Moussaka)
그리스에서 가장 잘 알려진 요리 중 하나다. 주로 가지와 감자, 소고기나 양고기를 층층이 쌓은 다음 위에 베샤멜 소스를 얹어 오븐에 구워내는데, 그 덕분에 부드럽고 크리미한 맛이 일품이다.수블라키(Souvlaki)
양념한 고기를 꼬치에 꽂아 숯불에 구워내는 그리스식 꼬치 요리다. 주로 돼지고기나 닭고기 또는 양고기를 사용하며, 피타 빵에 싸서 다양한 채소와 함께 먹는다.호리아티키 샐러드(Horiatiki Salad)
‘그리크 샐러드’로 잘 알려진 호리아티키 샐러드는 그리스 전통 식사에서 빠질 수 없는 반찬으로, 신선한 토마토·오이·페타 치즈·양파·올리브 등을 사용해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 올리브유와 소금, 후추로 맛을 내어 상큼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특징이다.돌마데스(Dolmades)
포도잎에 밥과 고기, 양념을 올리고 돌돌 말아서 찐 요리. 그리스의 대표적 전채 요리로, 레몬 소스를 얹어 먹으면 신선하고 상큼한 맛을 느낄 수 있다. 고기를 사용하지 않는 버전도 있어 채식주의자도 즐길 수 있다.그리스식 커피(Ellinikos Kafes)
곱게 간 커피 가루를 물과 함께 작은 주전자(브리키)에 넣고 천천히 끓여내는 방식으로 만드는 그리스 전통 커피. 설탕을 첨가해 단맛을 조절하며, 커피 찌꺼기는 컵 아래에 남기고 마신다. 부드러운 거품과 진한 맛이 특징인 그리스 커피는 작은 잔에 담아 천천히 즐긴다.서울에서 즐기는 그리스 가정식의 풍미
신선한 재료와 소박하면서도 건강한 맛을 강조하며, 그리스 특유의 따뜻한 분위기와 가정식의 정성을 음식에 담아내는 그리스 레스토랑. 서울에서 그리스의 맛과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공간 세 곳을 소개한다.
# 내방동의 숨은 보석
노스티모
내방역 근처에 위치한 ‘노스티모’는 그리스계 미국인 셰프와 낙농식품학을 전공한 한국인 사장이 함께 운영하는 정통 그리스 레스토랑이다. 셰프는 그리스에서 가족들이 만들어주던 전통 가정식을 재현해 섬세하고 정갈한 요리를 선보인다. 대표 메뉴로는 무사카·돌마데스 같은 그리스 전통 요리가 있으며, 그리스식 커피와 디저트도 함께 즐길 수 있다. 특히 사장이 직접 만드는 페타 치즈는 올리브와 오레가노, 올리브유만 뿌린단품 메뉴가 있을 만큼 인기가 높다. 이곳의 요리를 담아내는 식기와 강렬한 색감은 요리에 아름다움을 더한다. 그리스 와인과 전통 식전주 우조(Ouzo)도 즐길 수 있어 정통 그리스의 맛과 문화를 온전히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인스타그램 @nostimo_kr
가격 호리아티키 샐러드 1만9,000원, 돌마데스 1만8,000원, 무사카 2만2,000원, 페타 치즈 플레이트 1만7,000원.
가격 호리아티키 샐러드 1만9,000원, 돌마데스 1만8,000원, 무사카 2만2,000원, 페타 치즈 플레이트 1만7,000원.
#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그리스의 맛
그리스마스
연남동에 위치한 그리스 요리 전문 레스토랑으로, 그리스 전통 요리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해 선보인다. 365일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인테리어가 매력적이다. 가게 내부에는 눈사람 장식과 별 모양 전등이 걸려 있으며, 화이트와 블루 색감이 그리스의 산토리니를 연상시킨다. 이곳의 인기 메뉴 중 하나는 수블라키 플레이트로, 소고기·닭고기·돼지고기 등 다양한 고기와 새우 중에 선택할 수 있다. 고기와 함께 제공하는 피타 빵, 구운 채소, 감자튀김에 차지키 소스와 치포틀레 소스를 곁들이면 상큼하면서도 매콤한 맛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이 외에도 무사카, 양갈비 스테이크 등 다양한 그리스 요리를 맛볼 수 있다.인스타그램 @greecemas
가격 그리스마스 세트(2인) 2만9,000원, 양갈비 스테이크 3만6,000원, 무사카 1만8,000원, 그릭 샐러드 1만5,000원
가격 그리스마스 세트(2인) 2만9,000원, 양갈비 스테이크 3만6,000원, 무사카 1만8,000원, 그릭 샐러드 1만5,000원
# 그리스 음식을 합리적 가격으로 즐기는 곳
그릭조이
마포구 합정동에 위치한 ‘그릭조이’는 한국에서 가장 먼저 생긴 그리스 레스토랑으로, 정통 그리스 가정식을 선보인다. 모든 메뉴에 샐러드와 빵이 포함되어 있으며, 1인 세트 메뉴를 주문하면 기로스 1개를 추가로 제공해 가성비가 뛰어나다. 무사카와 양고기 스테이크인 미코노스를 포함한 다양한 요리가 인기를 끌고 있다. 전반적으로 담백하고 건강한 맛이 돋보이며, 사장의 애정이 담긴 책과 직접 그린 삽화로 꾸민 인테리어가 그리스의 분위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하우스 와인은 다양한 사이즈로 제공되며, 합리적 가격 덕분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1인 레스토랑이기 때문에 요리가 조금 천천히 나올 수 있지만,여유롭게 그리스 정통 요리의 맛을 느끼기 좋은 장소다.블로그 blog.naver.com/greekjoy
가격 무사카 1만6,000원, 수블라키 1만6,000원, 스파르타 1만8,000원, 아테네(세트) 2만 원, 하우스 와인 375ml 1만 원
가격 무사카 1만6,000원, 수블라키 1만6,000원, 스파르타 1만8,000원, 아테네(세트) 2만 원, 하우스 와인 375ml 1만 원
박찬일
1965년 서울 출생. <백년식당>,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노포의 장사법>, <밥 먹다가 울컥> 등의 책을 내며 ‘글을 맛있게 쓰는 요리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서울이 사랑하는 음식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아내 널리 알리면서 사람들의 입맛을 돋우고 있다.
1965년 서울 출생. <백년식당>,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노포의 장사법>, <밥 먹다가 울컥> 등의 책을 내며 ‘글을 맛있게 쓰는 요리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서울이 사랑하는 음식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아내 널리 알리면서 사람들의 입맛을 돋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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