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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생각

여름의 모든 빛깔이 여기에! 기찻길 옆 수목원에서 보낸 하루

by 준~ 2024.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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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모든 빛깔이 여기에! 기찻길 옆 수목원에서 보낸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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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 권다현의 ‘아이랑 서울여행’ (9) 항동 푸른수목원
서울의 제1호 공립수목원인 푸른수목원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담벼락을 따라 다양한 나무가 심어져 계절의 변화를 느끼게 한다. 입학식 때는 마른 나뭇가지뿐이었는데, 학교생활에 조금씩 적응할 무렵 분홍색 벚꽃이 팡파르처럼 터졌다. 따뜻해진 날씨에 야외수업이 시작되자 주홍빛 철쭉이 반겨주었고, 등굣길에 제법 친해진 친구들과 손인사를 나눌 때쯤 하얗게 꽃을 피운 아까시나무가 달큰한 향기를 내뿜었다.

며칠 전까지 흐드러졌던 빨간 장미가 시들해지자 아이는 “엄마, 여름에 피는 꽃은 없어요?” 묻는다. 꽃이 하나씩 피고 질 때마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때때로 학교 앞마당을 함께 산책하던 시간이 사라질까 걱정스런 표정이다. 아쉽게도 학교에는 여름에 꽃을 피우는 나무가 없지만, 아이에게 계절이 품은 다양한 색깔을 보여주고 싶었다. 지난 주말, 서울시 제1호 공립수목원인 푸른수목원을 찾게 된 이유다.
푸른수목원에는 20개 주제정원과 드넓은 잔디마당이 싱그러운 휴식처를 제공한다.

“저기, 엄마가 좋아하는 노란색 장미도 있어요!”

지난 2013년 처음 문을 연 푸른수목원은 인적 드문 공터를 시민들을 위한 정원으로 재탄생시켰다. 야생화원과 습지원 등 20개 주제정원과 드넓은 잔디마당이 일상 가까이, 싱그러운 휴식처를 제공한다. 특히 다양한 일년초화와 야생화가 화려한 색감을 뽐내는 오색정원과 이제 막 꽃을 피우기 시작한 수국원, 무려 27종의 다채로운 장미가 피고 지는 장미원은 여름을 만끽하기에 제격이다.
“저기, 엄마가 좋아하는 노란색 장미도 있어요!” 쪼르르 달려가는 아이. 장미원에는 27종의 장미가 피어있다.
“장미는 봄에 피는 꽃 아니에요?” 아이는 8월에도 만발한 장미를 만날 수 있다고 적힌 안내판을 읽고는 “장미 종류가 이렇게 많았다니!” 눈이 동그래진다. “저기, 엄마가 좋아하는 노란색 장미도 있어요!” 쪼르르 달려가는가 하면 “이 분홍색 장미는 꽃이 작아서 더 예쁘지 않아요?” 종알종알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여러 가지 모양과 색깔의 장미 덕택에 아이와 여름 향기 그윽한 수다를 떨었다. 

멸종위기생물로 지정된 ‘금개구리’를 만날 수 있는 곳

푸른수목원 중심에는 과거 논밭으로 사용되었던 항동저수지가 자리하는데, 곳곳에서 모인 빗물이 자연스레 저수지로 흘러들어 일 년 내내 풍부한 수량을 자랑한다. 덕분에 개개비와 꽃창포 등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며 도심 한복판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풍요로운 생태계를 꾸렸다.

특히 우리나라 고유종으로 멸종위기생물 2급으로 지정된 금개구리도 이곳 항동저수지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개구리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등에 굵고 뚜렷한 금색 줄을 가진 금개구리는 한때 서울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고 하여 ‘서울프로그(Seoul pond frog)’라는 영어이름이 붙기도 했다. 한여름 밤 수목원을 찾으면 ‘쪽, 쪽’ 금개구리 특유의 짧고 높은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항동저수지에는 금개구리, 물닭, 덤불해오라기 등 다양한 생태종을 만날 수 있다.
조류도 많이 서식한다. 수목원의 오랜 터줏대감인 물닭과 쇠물닭, 왜가리를 비롯해 운이 좋으면 여름철새인 덤불해오라기도 만날 수 있다. 마침 우리가 수변데크를 지날 때 흰뺨검둥오리가 새끼들을 데리고 나들이를 나왔다. 엄마 곁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으려 쪼르르 무리를 지어 이동하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 나도 모르게 속엣말이 튀어나왔다. “우리 아들도 저런 때가 있었는데….” 그 말을 들은 아이가 얼른 엄마 품으로 달려든다. “나는 100살 될 때까지 이렇게 엄마 꼭 안고 다닐 거예요!”
푸른수목원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KB 숲교육센터
서울특별시 공공서비스예약에 들어가면 푸른수목원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생태체험프로그램을 확인할 수 있다. 숲해설가와 함께 수목원을 거닐며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식물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상시프로그램’을 비롯해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가드너 양성교육’, 초등학생 자녀들과 함께 참여하는 ‘생물종탐사’ 등 다채로운 자연교육 및 문화체험 프로그램이 수시로 운영된다. 지난해 여름에는 연꽃과 수련을 주제로 꽃부채 만들기, 종이공예 등을 연잎차와 함께 즐기는 프로그램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2022년 수목원 내에 새롭게 문을 연 항동푸른도서관에서도 다양한 교육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특히 6월에는 환경의 날을 기념하여 매주 토요일마다 캘리그라피와 허브스머지스틱 워크숍 등 생태감수성을 키워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누구나 수목원을 배경으로 독서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책을 대여해주는 ‘푸른산책’, 매주 일요일 온 가족이 함께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항동 명화극장’ 등 정기적으로 운영되는 프로그램도 알차다.
항동푸른도서관에서도 책을 대여해주는 ‘푸른산책’ 등 다양한 교육‧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항동기찻길도 함께 걸어요

푸른수목원 곁으로 기찻길이 지난다. 서울 구로구 오류동에서 경기도 부천 옥길동까지 이어지는 약 4.5km의 기찻길은 1950년대 경기화학공업주식회사가 원료와 생산물을 운반하려는 목적으로 설치한 일종의 사설철도다. 그러나 근처에 있던 연탄공장과 제강업체가 자리를 옮기면서 화물열차는 운행을 멈췄고, 기찻길은 제 기능을 잃었다. 시간이 흘러 녹슨 레일 사이로 들꽃이 피어나고, 건널목 표지판은 짙푸른 넝쿨로 뒤덮였다. 그렇게 서울 한가운데서 기찻길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산책길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당시 카메라를 들고 여러 번 이곳을 찾았던 내겐 수목원보다 항동기찻길이 더 친근하다.
수목원 곁으로 지나는 약 4.5km 길이의 기찻길
“우와, 기찻길이다!” 아이는 철로를 발견하자마자 얼른 레일 위로 폴짝 뛰어 올라 양팔을 벌린다. 위태롭게 중심을 잡느라 까르르 웃음이 터진다. 몇 년 새 침목에는 다양한 글귀가 새겨졌는데, 아이는 그 가운데서 ‘8살 첫 등교날’을 발견하고는 “8살이면 내 나이잖아요!” 반가움에 기념사진까지 찍어 달란다. ‘31살, 엄마 아빠가 되다’라고 적힌 글귀 앞에선 둘이 손 꼭 잡고 사진을 남기기도 했다. 기찻길 중간에는 간이역을 떠올리게 하는 포토존도 만들어졌다. 화려한 볼거리는 아닐지라도 아이와 한번쯤 걸어보길 추천한다. 
‘8살 첫 등교날’이라고 새겨진 침목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어 달라는 아이. 간이역을 떠올리게 하는 포토존도 있다.
 ✔ 엄마 여행작가의 꿀팁! 
- 푸른수목원 이용시간은 05:00~22:00에요. 그늘도 많고 뜨거운 햇살을 피할 곳이 잘 마련되어 있지만 여름에는 가능한 늦은 오후 산책을 추천해요. 아이들이 마실 물과 간식도 미리 챙기고요. 단, 수목원 내에는 휴지통이 없기 때문에 쓰레기는 되가져와야 해요.
- 수목원 내에서 자전거, 킥보드 이용은 금지되어 있으며 돗자리나 캠핑용 의자도 설치하면 안돼요.
- 수목원 주차장을 기준으로 양쪽에 카페가 운영되고 있어요. 푸른카페는 테이크아웃만 가능하지만 맞은편 북카페에 음료 반입이 가능해요.
- 항동푸른도서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 안내는 인스타그램(@hdlibrary)이 가장 빨라요. 상세정보는 블로그에서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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