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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들이 빽빽이 채우고 있는 대치동, 그 사이에 청소년들은 어디에 마음을 둘까.
아빠건축가의 다음세대 공간 탐험 (4) 대치동 학원가와 청소년 공간
바야흐로 봄이다. 왠지 3월이 되면서 햇볕도 겨울의 테를 벗은 듯하고 거리에 사람도 많아진 것 같이 느껴진다. 이런 변화는 유치원에서부터 대학교까지, 학교에서 가장 극적으로 다가온다. 그냥 방학이 끝나고 다시 학교에 학생들이 돌아오는 것 이상의 의미인 ‘새 학년’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새 학년을 맞는 순간에는 약간의 긴장과 기대와 함께 설레는 마음이 공존한다. 학생들만 그런 것은 아니다. 새 학생들을 맞이하여 긴 드라마를 같이 만들어 갈 선생님, 교수님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교실, 강의실, 도서실, 학교 건물 전체, 교정과 캠퍼스 전체, 그 주변 동네가 다 그렇다.
필자가 가르치고 있는 대학교에서 3월 2일 첫 날 학생들과 둘러앉아 서로 소개를 하면서 “자신을 움직이는 ‘동기’는 무엇인가”하고 물었다. 어떤 학생은 ‘즐거움’이라고 이야기 하고, ‘가치있는 삶’이라고 대답한 경우도 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와 닿았던 소개는 ‘끌림’이 자신을 움직이게 한다는 말이었다.
필자가 가르치고 있는 대학교에서 3월 2일 첫 날 학생들과 둘러앉아 서로 소개를 하면서 “자신을 움직이는 ‘동기’는 무엇인가”하고 물었다. 어떤 학생은 ‘즐거움’이라고 이야기 하고, ‘가치있는 삶’이라고 대답한 경우도 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와 닿았던 소개는 ‘끌림’이 자신을 움직이게 한다는 말이었다.
‘사이쉼’에서는 분주한 대치동 거리를 바라보며 마음을 추스르기도 하고 위안도 받을 수 있다.
넘기 힘든 큰 고개를 넘고 있는 학생들
그러나 이런 설렘도 잠깐, 이내 학교는 치열한 공간이 되고 다음 세대인 학생들은 촘촘한 경쟁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중학생, 고등학생 시기의 청소년들은 학교만이 아니라 학원가에서도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일타스캔들’을 비롯한 여러 드라마에서도 그 상황은 잘 드러나 있다.
대치동은 ‘넘기 힘든 큰 고개’라는 뜻을 갖고 있다.
물리적으로도 평평하지 않은 지형이지만
학생들에겐 심리적으로 더욱 그렇다.
물리적으로도 평평하지 않은 지형이지만
학생들에겐 심리적으로 더욱 그렇다.
그 정점에 있는 곳은 대치동. 대치동(大峙洞)의 한자는 ‘넘기 힘든 큰 고개’라는 뜻을 갖고 있고 물리적으로도 평평하지 않은 지형이긴 하지만 학생들에게는 심리적으로 더욱 그렇게 다가온다. 학원이 빽빽하게 밀집돼 있고 그 사이에서 학생들은 편의점에서 끼니를 해결해가며 다음 학원으로 옮겨 다니는 힘겨운 일상을 반복하고 있다.
학원가 한복판에 ‘사이’를 만들자
강남구 보건소의 심리상담 선생님들은 이런 학생들,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을 돌보아줄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보건소 내에 만들어서 바쁜 학생들이 가 볼 엄두를 내지 못하거나 심리적으로 장벽이 느껴지지 않도록, 청소년을 보듬는 공간이 그들의 치열한 일상의 현장인 대치동 한복판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마음으로 구의원, 시의원들을 설득해 가며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고 그 공간을 디자인하기 위해 필자가 있는 건축사무실에 연락해 오면서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그런 마음으로 구의원, 시의원들을 설득해 가며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고 그 공간을 디자인하기 위해 필자가 있는 건축사무실에 연락해 오면서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서울역사박물관 전시 <한티마을 대치동>, 대치동 일대의 지도와 학원가들이 한 눈에 보인다.
건축가에 의한 공간적인 개념은 대치동 일대의 학생들, 청소년들 일상에 ‘사이’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그 사이가 편의점이나 커피점이 아닌 청소년들이 조금이라도 마음 편히 쉴 수 있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공공공간이길 바랬다.
학원 시간과 시간 사이에 들러서
차 한잔하고 친구를 기다리고
그러다 마음이 동하면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이쉼은 그런 곳이다.
차 한잔하고 친구를 기다리고
그러다 마음이 동하면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이쉼은 그런 곳이다.
잠시 잠깐 학원 시간과 시간 사이에 들려서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차 한잔을 하거나, 친구를 기다리거나, 핸드폰을 쓰거나, 책 한구절을 들쳐 보기만 해도 괜찮은 곳, 그러다 마음이 동하면 심리 상담을 받거나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네이밍 또한 ‘사이쉼’으로 건축가가 제안했다.
사이쉼의 윗층은 청소년 심리지원을 위한 다양한 상담, 치료 등을 할 수 있는 상담실들이 모여있다.
‘사이쉼’은 치열한 대치동에서 청소년들이 주체적으로 자신의 쉼을 찾을 수 있는 공간이다.
놀이와 상담의 사이 / 실내와 실외의 사이
공공 기관인 강남구 보건소가 국내 최초로 만든 청소년심리지원센터 ‘사이쉼’은, 건축가에 의해서 기존의 공공기관이 갖고 있는 접근하기 어려운 분위기나 반대로 상업적 공간이 갖고 있는 부담스러운 이미지 사이에서 친근하고 환대하는 느낌을 공간적으로 구현되었다. 즉, 이전에 없었던 공간 유형이라는 뜻이다.
기존에 상업 공간이었던 임대건물의 2층과 3층을 쓰면서 2층은 ‘사이터’라는 이름으로 댄스와 운동실부터 음악스튜디오, 서가, 대화, 작업, 외모를 다듬을 수 있는 파우더룸까지 갖추고 있다.
3층은 조금 더 개인적이고 상담 활동에 초점을 맞춘 ‘사이숲’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크고 작은 상담실, 뉴로피드백실, 프로그램실 등이 배치되었다. 즉 놀이 휴식과 상담이 균형을 이루며 그 사이에서 청소년들이 마음 편할 수 있게 계획되었다.
기존에 상업 공간이었던 임대건물의 2층과 3층을 쓰면서 2층은 ‘사이터’라는 이름으로 댄스와 운동실부터 음악스튜디오, 서가, 대화, 작업, 외모를 다듬을 수 있는 파우더룸까지 갖추고 있다.
3층은 조금 더 개인적이고 상담 활동에 초점을 맞춘 ‘사이숲’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크고 작은 상담실, 뉴로피드백실, 프로그램실 등이 배치되었다. 즉 놀이 휴식과 상담이 균형을 이루며 그 사이에서 청소년들이 마음 편할 수 있게 계획되었다.
사이쉼 아랫층은 좀더 편하게 언제든지 들려서 휴식과 놀이를 할 수 있는 라운지의 역할을 한다.
또한 보통의 상업 공간은 실내로 들어가면 외부와 거의 완벽히 차단되거나 관계가 없는데 반해 이곳은 내부에서도 도시 안에 있는 듯한 느낌을 가지며 박스형의 밀집한 대치동 거리에 대비되는 원형과 곡면의 도시적 틈으로 의미를 가지게 된다.
주변 학원의 공간들은 기본적으로 최대한의 수용인원을 목표로 만들어졌다. 공공 공간인 학교보다도 더더욱 필요 공간으로만 채워져 있다. 이 많은 학원들이 갖지 못하는 도시적 공간, 그것이 사이쉼의 또 다른 의미이다.
주변 학원의 공간들은 기본적으로 최대한의 수용인원을 목표로 만들어졌다. 공공 공간인 학교보다도 더더욱 필요 공간으로만 채워져 있다. 이 많은 학원들이 갖지 못하는 도시적 공간, 그것이 사이쉼의 또 다른 의미이다.
건축가에 의한 초기 개념 스케치
마음을 추스르는 사이
가장 중요한 프로그램인 상담은 자발성이 있어야 한다. 그런 자발적인 마음은 공간이 답답하거나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기 어려울 것 같으면 생기지 않는다. 사이쉼의 상담실과 상담실이 서로 틈을 갖고 떨어져 있는 이유는 내가 상담 받고 있는 공간과 옆 상담 공간이 벽 하나로만 나눠져 들어서기 부담스럽게 느끼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또한 상담을 받고 난 청소년들은 마음을 추스를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 그 순간 다른 상담자에게 눈에 띄고 싶지도 않은 마음이 있다. 보통 상업공간에서 칸과 칸, 방과 방으로 일률적으로 나뉘던 관습을 뒤집는 이런 실제 공간의 사이는 다음세대 공간을 고민해온 건축가의 오랜 개념과 심리상담 선생님들의 실제 심리상담 시퀀스가 만나 생겨난 의미 있는 방식이다.
또한 상담을 받고 난 청소년들은 마음을 추스를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 그 순간 다른 상담자에게 눈에 띄고 싶지도 않은 마음이 있다. 보통 상업공간에서 칸과 칸, 방과 방으로 일률적으로 나뉘던 관습을 뒤집는 이런 실제 공간의 사이는 다음세대 공간을 고민해온 건축가의 오랜 개념과 심리상담 선생님들의 실제 심리상담 시퀀스가 만나 생겨난 의미 있는 방식이다.
미래를 준비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재를 살고 있는 다음 세대가
마음 편히 머물 공간이 아닐까.
더 중요한 것은
현재를 살고 있는 다음 세대가
마음 편히 머물 공간이 아닐까.
건축가에 의한 도시와 연관된 청소년 경험 개념 스케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일타 강사와 그 공간인 학원들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재를 살고 있는 다음 세대가 마음 편히 머물 수 있는 ‘사이쉼’ 같은 공간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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