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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생각

묵직한 울림,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에서 만난 특별전

by 준~ 2022. 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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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한 울림,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에서 만난 특별전

서울시대표소통포털 - 내 손안에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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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서소문 밖 네거리는 한양의 공식 처형지로 이용되던 곳이었다. 조선시대 최초의 전국적인 천주교 박해였던 신유박해(1801년)를 비롯해 기해박해(1839년), 병인박해(1866년)에서 수많은 천주교 신자들이 순교한 곳이기도 하다. 이를 기리기 위해 현재 지상에는 서소문역사공원이 조성되어 있고, 지하에는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이 2019년에 공식 개관했다.

지하철에서 내려 서소문역사공원으로 가다 보면 서소문 철도 건널목을 만나게 된다. 서울 도심에 남아있는 몇 안 되는 철도 건널목이다. 기차가 지날 때마다 차단기가 내려오며 경고음이 울리는 게 귀찮기보다는 정겨움이 느껴지는 듯하다. 

서소문역사공원 내에는 순교자 현양탑과 ‘노숙자 예수’ 조각상 등이 있는데, 노숙자 예수는 얇은 천으로 온 몸을 두른 채 벤치 위에 옆으로 누워있는 형상의 조각이다. 소외되고 고통 받는 이들이 한 사람도 없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고 있다고 한다.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은 2019년에 서울시 건축상 최우수상을 수상한 건축물이라 미학적으로도 아름다운 곳이다. 순례자를 위한 여러 시설 뿐만 아니라, 도서관과 상설전시, 그리고 다양한 분야의 특별전도 열리고 있어 많은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서소문 철도건널목의 차단기 너머에 기차가 지나가고 있다 ⓒ이정규
서소문역사공원 입구에는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을 알리는 표지판이 서 있다 ⓒ이정규
서소문역사공원에 있는 노숙자 예수 조각상의 모습.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라는 말씀을 묵상하며 제작했다고 한다. 티모시 슈말츠 작(2013년) ⓒ이정규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의 지상부 모습. 차분한 분위기와 절제미가 돋보인다 ⓒ이정규
사진 우측에 보이는 것이 ‘서소문 밖 연대기’라는 작품으로 박물관 입구를 알리고 있다. 칼 형상의 십자가와 신유, 기해, 병인박해의 연도가 새겨져 있다 ⓒ이정규

80여 점의 조형물로 접하는 참혹한 전쟁의 참상

필자가 이전에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을 방문했을 때, 건축적 미학에 깊은 인상을 받고, 다시 한번 찾아가고 싶단 생각을 갖고 있었던 차에 관심을 끄는 특별전이 열리고 있어 설레는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에서는 오는 8월 28일까지 어린이날 제정 100주년을 맞아 특별 기획전이 진행되고 있는데, 바로 ‘PEACE for CHILD : 전쟁 속 어린이를 위한 평화의 기도’라는 전시다. '전쟁', '인권', '어린이'라는 세 개의 주제를 현대미술의 다양한 조형 언어로 풀어낸 작품 80여 점이 소개되고 있다.

지난 2월에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무고한 어린이들이 끊임없이 목숨을 잃고 있는 소식은 21세기가 되어서도 여전히 암울하고 참담한 현실을 상기하게 한다. 이번 전시회 작품 중 임영선 작가의 ‘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라는 작품이 있다. 지난 2015년 에게해를 건너던 난민 보트가 뒤집혀 익사한 채, 터키 해안의 모래사장 위 얼굴을 묻은 채 주검으로 발견된 시리아의 어린 난민의 비극을 모티프로 한 것이다. 작품의 배경을 모르고 보았을 땐 필자도 작품의 의미를 유추하기 어려웠으나 전시 해설사의 설명을 들었을 때, 가슴 한 편에 무거운 돌덩이가 들어온 듯한 먹먹함과 처연함이 한번에 몰려왔다.

이 외에도 의류와 천으로 만든 K9 자주포, 총알 대신 버블을 쏘는 Bubble War, 시베리아 바이칼호 부근의 신화 속 수호신을 모티프로 한 작품 등 흥미롭고 재치가 번뜩이면서도 예술적 깊이가 있는 많은 작품들이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회화, 조각, 사진, 영상, 오브제, 설치 미술 등 현대 미술의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작품들과,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내부의 절제 되고 정제된 건축미가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독특한 분위기도 이번 전시의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전시는 무료로 진행되니 부담 없이 방문해 전쟁과 인권, 어린이라는 주제에 대한 작가들의 목소리를 듣고, 스스로 해석하여 의미를 만들기도 하는 즐거움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지하 1층에 있는 진입광장의 모습. 가운데 설치된 작품은 조선시대 죄인들의 목에 씌웠던 칼을 형상화한 ‘순교자의 칼’이라는 작품이다 ⓒ이정규
김유선의 ‘무지개’. 자개가 빛을 받아 쏟아내는 다양한 빛깔이 화려하면서도 아름답다 ⓒ이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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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수의 ‘Bubble War'. 송풍기 바람을 이용해 검정 비눗방울을 흰 벽면으로 날려 보내는 기계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송풍기 박스는 탄약상자를 이용해 제작되었다고 한다. 총알과 비눗방울간의 대조가 묵직한 울림을 준다 ⓒ이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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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범의 ‘소년’. 흑인 소년의 이미지를 탈색시켜 얻는 효과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이정규
하태범의 ‘피에타’. 피에타 주제의 변주 역시 흥미롭다 ⓒ이정규
곽남신의 ‘덫’ 중의 일부. 작가의 예술적 덫에 걸린 오브제를 설치한 것이라고 한다 ⓒ이정규
박미화의 ‘얼지마, 죽지마, 부활할거야’. 같은 제목의 옛 소련 영화(1989년)가 있다. 1947년 스탈린 치하 소련의 변방 탄광도시에서 잿빛 유년기를 보내는 한 소년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이정규
지하 2층과 3층의 전시 모습. 매혹적인 내부 공간을 잘 활용한 전시가 돋보인다 ⓒ이정규
김주연의 ‘존재의 가벼움’ 연작 중의 일부. 여성 의복에서 새싹이 돋아나고 있다 ⓒ이정규
서용선의 ‘병사들’.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모습이 보인다 ⓒ이정규
서용선의 ‘피난: 배를 기다리는 가족’.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이정규
최수진의 ‘리틀 레인보우 피플’ 중의 일부. 빨주노초파남보 색깔별로 작품이 달라지는 것이 재미있다 ⓒ이정규
박영균의 ‘새가 떠난 자리’. 새가 떠난다는 것은 곧 생명이 떠난다는 것. 빙하가 녹아내리는 등 그 폐허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정규
박영균의 ‘얼음의 눈물’. 시베리아 바이칼호 부근의 신화 속에 등장하는 수호신을 모티프로 하여 환경과 생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정규
손종준의 ‘Defensive Measure' 연작 중의 일부. 마음의 방어기제를 물리적 갑옷과 장치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한다 ⓒ이정규
허보리의 ‘부드러운 K9’. 의류와 이불솜 등으로 만든 국산 자주포 K9. 발상이 기발하고 재치가 넘친다 ⓒ이정규
허보리의 ‘부드러운 정물’. 천과 옷감으로 만든 수류탄과 헬멧. 정물화 장르에 대한 패러디이기도 하다 ⓒ이정규
임영선의 ‘발칸 전쟁의 기억’. 총을 쏘는 가해자와 가슴에 총을 맞고 떨어지는 피해자가 하나를 이루고 있다 ⓒ이정규
하태범의 ‘시선’ 연작 중의 일부. 표백화된 어린이들의 이미지가 만드는 해석의 빈 공간을 채우는 것은 관람객의 몫일 것이다 ⓒ이정규
하태범의 ‘어린이들’ 영상의 일부. 지하 3층 콘솔레이션 홀(Consolation Hall)의 내부 벽면에 상영되고 있다 ⓒ이정규
하태범의 ‘눈물’ 영상의 일부. 폭탄이 눈물이 떨어지듯 떨어지고 있다 ⓒ이정규
서용선의 ‘백 개의 얼굴’. 관람객의 상상과 경험을 통해 의미의 자유로운 변주가 가능한 작품인 것 같다 ⓒ이정규
임영선의 ‘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다’. 해변 모래사장에 떠밀려온 시리아의 어린 난민의 주검을 모티프로 작품을 제작했다고 한다.ⓒ이정규
이 작품이 전시되고 있는 곳은 지하 3층에서 지상의 공원을 넘어 하늘까지 열려 있는 하늘광장으로 땅과 하늘이 소통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정규

전쟁 속 어린이를 위한 평화의 기도 (PEACE for CHILD) 전시

○ 기간 : 2022년 6월 12일 ~ 8월 28일
○ 관람시간 : 09:30 ~ 17:30 (입장마감 17:00)
○ 휴관일 : 매주 월요일 / 1월 1일, 설날, 추석 당일
○ 관람료 : 무료
○ 전시해설 : 12:00 ~ 12:40 / 16:00 ~ 16:40 / 지하 1층에서 현장 접수
 홈페이지
○ 문의 : 02-3147-2401

기사 작성자 프로필

시민기자 이정규

서울의 다양한 멋진 모습을 사진에 담아 전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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