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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생각

인왕산로, 내친 김에 청와대로까지! '차 없는 거리'를 걷다

by 준~ 2022.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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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왕산로, 내친 김에 청와대로까지! '차 없는 거리'를 걷다

서울시대표소통포털 - 내 손안에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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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도 하기 어려웠던 일이 현실이 됐다. 청와대 주변의 바리케이드가 이제는 사라졌다. 청와대 쪽은 사진도 찍을 수 없던 일들이 이제는 과거가 됐다. 청와대를 지키던 초소들이 카페가 되고, 쉼터가 되더니, 이제 인왕산로를 제약 없이 걷게 된 것이다.
인왕산로가 ‘차 없는 거리’가 됐다. ⓒ이선미
물론 아직은 시범운영이지만 지난 5월 22일 인왕산로가 ‘차 없는 거리’로 변신했고, 오는 29일에도 인왕산 호랑이상부터 창의문 주변 윤동주 시인의 언덕까지 약 1.5㎞ 양방향에 차량 진입이 통제된다. ☞[관련기사] 주말에 뭐 하지? 청와대로·인왕산로 '차 없는 거리' 운영

이른 아침 인왕산 뻐꾸기가 나무 끝에 앉아 뻐꾹뻐꾹 줄곧 노래했다. 펜스 너머로 빼꼼 얼굴을 내미는 장미와 찔레꽃을 보며 걸었다. 지칭개, 금낭화, 개망초, 고들빼기 등은 이 땅에 오래전부터 피고 지던 꽃들이다. 어디에나 피는 꽃이지만 새삼스럽게 반갑고 예뻤다.
찔레꽃 향기 속에 인왕산로를 시민이 걷고 있다. ⓒ이선미
인왕산 호랑이상에서 조금 걷다 보면 제1경비단 백호부대 소초가 있던 자리가 나온다. 이제는 인왕산 도시자연공원으로, 아이들이 숲을 체험할 수 있는 ‘유아동네숲터’가 조성됐다. 조금 더 올라가면 누군가 바위에 새겨놓은 그림을 볼 수 있다. 조금 서툰 솜씨지만 무엇인가를 간절히 바라며 새겼을 그 마음이 여전히 바위에 남아 있다.
옛 소초가 있던 자리를 올라가면 바위에 새겨놓은 그림을 볼 수 있다.ⓒ이선미
인왕산 무무대 전망대에서는 청와대 주변이 내려다보였다. 이제 청와대가 삼엄한 권력의 공간으로부터 국민들에게 공개됐다.

‘아무것도 없구나. 오직 아름다운 것만 있을 뿐’이라는 뜻을 가진 무무대(無無帶)는 해가 뜰 때 그 말의 의미를 온전히 알게 된다. 광활하게 펼쳐진 서울이 갓 떠오르는 햇빛에 물들어갈 때, 근심할 무엇도 없이 그저 아름답다는 생각으로 덩달아 물들 수 있는 곳, 무무대다. 
무무대는 서울 시내를 조망은 물론, 멋진 일출을 만날 수 있는 근사한 장소다. ⓒ이선미
지난 2020년 문을 연 '초소책방'은 이제 시민들의 문화공간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른 시간인데도 차를 마시거나 담소를 나누는 시민들이 많았다. 예전에 경찰초소의 난방용 보일러를 가동하기 위해 사용하던 철제 탱크 옆에는 장미꽃이 흐드러졌다. 원래 산자락이었던 곳이 자연 그대로의 정원이 되었다. 지칭개, 수레국화, 패랭이꽃… 오래전부터 있었을 꽃들과 새로운 꽃들이 야생처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피었다. 
초소책방 앞에는 ‘차 없는 거리’ 안내부스가 마련됐다. ⓒ이선미
종로구 작은 공방들의 주말 프리마켓도 열린다. ⓒ이선미
초소책방에서 몇 걸음만 가면 인왕산 숲속쉼터로 오르는 계단이 쭉 뻗어 있다. 계단 가득 떨어진 아카시 꽃을 즈려 밟으며 서울성곽쪽으로 올라갔다. 숲속쉼터에는 샤스타데이지가 한창 피어있었다. 2021년 11월 문을 연 숲속쉼터는 보물찾기 하듯 숨겨진 공간이다.

등산로에서 살짝 비켜난 곳에 숨어 있어서 자칫 지나칠 수도 있다. 2018년 인왕산이 전면 개방되면서 관련 군 초소와 경계시설이 대부분 철거될 때 역사를 기록하기 위해 한양도성 성벽에 설치됐던 경계 초소 2개만 보존돼 초소책방과 숲속쉼터로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샤스타데이지가 피어난 숲속쉼터 ⓒ이선미
숲속쉼터는 인왕산 숲속 뷰를 바라보며 책을 읽기에도 아주 좋은 곳이다. ⓒ이선미
다시 내려오니 초소책방 앞 거리에서 마술공연이 시작됐다. 시민들과 함께 해보는 마술이 끝나고 엄청난 비눗방울 풍선이 거리에 흩뿌려졌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즐거워지는 시간이었다. 
'차 없는 거리'에서 펼쳐지던 미술공연, 엄청난 크기의 비눗방울이 흩뿌려진다 ⓒ이선미
시인의 언덕 쪽으로 내려오는데 한 무리의 시민들을 이끌고 안내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차 없는’ 인왕산로를 줄곧 요청해온 서촌 주민들이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라는 명찰을 차고 시민들을 이끌고 있었다. 주민들은 인왕산 주변의 여기저기를 생생한 이야기로 전하고 있었다. 한 주민은 ‘차 없는 거리’가 일회성 행사로 그치지 않고 주민들, 나아가 시민들을 위해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차 없는 인왕산로’를 같이 걸은 시민들이 창의문 쪽으로 내려가고 있다. ⓒ이선미
시인의 언덕에서 한 시민이 ‘차 없는 거리’ 포토프레임을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이선미
창의문을 보고 다시 윤동주문학관 쪽으로 내려왔다. 내친 김에 청와대까지 걸었다. 칠궁이 활짝 열렸다. 원래 영조 임금의 어머니 숙빈 최씨의 사당, 육상궁이 있던 자리에 후궁으로서 ‘왕을 낳은 일곱 어머니’의 사당이 옮겨온 곳이다. 
칠궁의 냉천정에는 영조의 어진이 있었다. 마음은 늘 어머니 곁에 있다는 의미로 봉안했다고 전해진다. ⓒ이선미
관람하는 시민들은 칠궁 주인들 중 가장 잘 알려진 희빈 장씨의 '대빈궁'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이선미
길 건너 효자동 분수대 앞에서는 패션쇼가 펼쳐졌다. 우리 전통 복장이 화려하기 그지없었다. 바로 옆에서는 ‘2022 서울거리공연 구석구석라이브’ 대금 공연이 진행되는 중이었다. 대금의 구슬픈 가락이 말 그대로 감성을 자극했다. 
우리 전통 의상을 제대로 갖춘 시민들이 패션쇼를 하고 있다. ⓒ이선미
분수대를 배경으로 '2022 서울거리공연 구석구석 라이브'의 ‘감성대금’ 공연이 진행됐다. ⓒ이선미
청와대 앞길도 차 없는 거리였다. 오는 28일부터 6월 26일까지는 춘추문에서 민속박물관 방향도 차 없는 거리가 된다.  
예전엔 출입이 불가했던 청와대 방향 인도도 이제 자유롭게 통행이 가능하다. 청와대 정문에서 시민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이선미
인왕산로나 청와대 앞길을 제약 없이 걷게 될 줄 몰랐다. 어쩌면 당연한 것들이지만 오늘 누리고 있는 자유와 민주는 앞서간 이들의 헌신과 수고 덕분이라는 사실을 생각한다. 인왕산로나 청와대로에는 오늘 우리가 누리는 것들을 지켜온 많은 이들의 자취가 배어 있다.
5월 29일부터 6월까지 매 주말에는 주한브라질대사관에서 춘추문까지도 '차 없는 거리'가 된다. ⓒ이선미

청와대 관람

○ 주소 : 서울시 종로구 궁정동 1-2
○ 관람시간 : 2022년 5월 23일(월)~6월 11일(토) 매일 07:00~19:00 2시간 간격, 6월 12일 이후 추후 공지
○ 관람방법 : 사전 관람신청을 하여 당첨된 국민 누구나
○ 관람 신청 방법 : 네이버, 카카오톡, 토스에 접속 후 신청
☞청와대 관람 신청 페이지
○ 문의 : 개방행사 안내센터 1522-7760

기사 작성자 프로필

시민기자 이선미

서울을 더 사랑하는 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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